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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
39˚프리지아˚(@lovelyii)2011-09-24 07:43:15
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
하루종일 가슴 설레었던 오늘
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있는지
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 있는 것인지
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
소리 죽여 그대 이름을 불러 봅니다.
그러면 그대도 덩달아
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.
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.
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
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
햇볕은 싫습니다.
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 볼 수 없음으로,
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
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.
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,
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
고이 간직 되고 싶었습니다.
우리에겐 약속이 없었습니다.
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습니다.
그러나
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그대와의 해후.
어서 오세요. 그대.
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.
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
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.
그대의 젖은 어깨. 그대의 지친 마음을
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
내 사랑은 소나기 였으나
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.
그땐 몰랐었죠.
한때의 소나기는 피하면 되나
가랑비는 결코 피해갈 수 없음을
비 오는 간이역,
그리고 젖은 기적소리.
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.
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
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.
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
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,
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.
이정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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